[중국 인문학 골프 기행 제2화] 구름 위 3,100m 신이 빚은 정원 ‘잃어버린 지평선’을 헁해 샷하다
- 윈난성 리장 옥룡설산(玉龍雪山) G.C & 리장 고성(古城) -
" 해발 3,100m, 산소가 희박한 이곳에서 우리는 숨을 몰아 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깊은 숨을 쉰다. 구름 위에서 신들과 나누는 대화이자 나를 찾아 떠나는 가장 높은 골프장의 순례다."
■. 프롤로그: 샹그릴라, 그 오래된 꿈을 찾아서
여행은 때로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이 감춰두었던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1933년,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은『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지도에도 없는 신비의 땅 ‘샹그릴라(Shangri-La)’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쟁도 탐욕도 없고, 늙지 않는 사람들이 평화와 지혜를 나누며 살아가는 유토피아. 서구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이상향의 실제 모델이 바로 중국 윈난성 리장(麗江)과 중뎬, 지금의 샹그릴라 일대다.

우리는 리장을 향하며 하늘길 대신 고속철도를 택했다. 쿤밍을 출발한 열차는 시속 250km로 윈난의 붉은 대지를 가르며 북상한다. 차창은 거대한 파노라마 영화관이 된다.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밭과 붉은 흙, 구름을 뚫고 솟은 산맥들이 쉼 없이 교차한다. 비행기로 단숨에 날아왔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광활한 중국 대륙의 숨결이다.



열차가 터널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하늘과 가까워진다. 귀가 먹먹해지는 것은 단순한 기압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속세의 소음이 차단되고, 영혼의 고도가 높아지는 느낌. 약 네시간의 주행 끝에 열차가 리장역에 미끄러지듯 멈추면, 비로소 거대한 설산의 영토로 진입했음을 실감한다.

문이 열리고 첫발을 내딛는 순간 마주하는 서늘하고도 투명한 공기. 수천 년 묵은 만년설이 내뿜는 숨결처럼, 도시의 매연에 지친 폐부 깊숙한 곳을 씻어낸다.
우리는 왜 굳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산지대까지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오는가. 평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해방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타수가 줄어드는 기쁨보다, 삶의 지평선이 넓어지는 경이로움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옥룡설산으로 향한다.
■ 옥룡설산(玉龍雪山): 은빛 용, 골퍼를 굽어보다
리장 고성 어디에서나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그 산이 있다. 옥룡설산.

해발 5,596m의 주봉을 비롯해 13개의 봉우리가 마치 은빛 용이 춤을 추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반구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만년설이자 이 지역의 주인인 나시족들에게는 감히 정복할 수 없는 성스러운 산이다.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정상을 허락하지 않은 처녀봉이기도 하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그 오만함이 오히려 골퍼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골프장은 산 중턱, 해발 3,100m에 자리 잡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문을 여는 순간, 골퍼들은 본능적으로 겸손해진다. 인간이 쌓아 올린 건축물은 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철저히 압도당한다. 코스 설계자 닐 하워드(Neil Haworth)는 이곳을 설계하며 이렇게 말했을 법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신의 정원에 인간이 걸을 수 있는 길만 살짝 냈을 뿐이다.”

■ 필드, 혹은 신들의 정원 중력을 거스르는 비행
옥룡설산 G.C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골프장이다. (볼리비아 라파스 G.C의 운영이 불투명한 현재, 사실상 정상 운영 중인 코스 가운데 최고 고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라운드는 고산증과의 싸움이자 희박한 공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레저다.



첫 홀 티박스에 서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은 숨이 차다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공기 저항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소보다 한 두 클럽 짧게 잡으세요. 마음껏 지르셔도 됩니다.” 캐디의 말이다.
임팩트 순간의 “탕—” 소리가 설산의 적막을 깨고 메아리친다. 공은 평지보다 20% 이상 더 멀리 날아간다. 파란 하늘을 넘어 검푸른 우주로 솟구치는 듯한 착각. 중력의 굴레를 벗어난 듯한 이 짜릿한 비거리의 마법은 오직 옥룡설산에서만 경험할 수있다. 평소 드라이버 비거리에 목말랐던 골퍼라면 이곳에서 최고의 장타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코스 하이라이트
기네숙에 등재된 괴물홀 The Monster Hole | 5번 홀 Par 5, 711야드
세계 최장급 파5. 711야드. 숫자만으로도 인간은 작아진다. 이 홀에서의 샷은 공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설산을 향한 도전장이자 자연과의 무언의 대화다. 희박한 공기를 타고 날아가는 공은 까마득한 페어웨이를 가로지른다.


시그니쳐 홀 | 15번 홀 Par 3
호수 위에 비친 옥룡설산의 데칼코마니. 공을 잃어도 화가 나지 않는다. 신의 정원에 바친 작은 제물일 뿐이니까.

그린 Green | 한라산보다 심한 착시
내 눈 대신 캐디만 믿어야 하는 그린. 이곳의 그린은 제주도 한라산의 '산 라이(Mountain Break)' 보다 훨씬 더 심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판단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닫는 시간이다.


■ 차마고도(茶馬古道) 위를 걷다 - 시간의 길 사람의 길
옥룡설산 골프장의 페어웨이를 걷는 일은, 천 년 전 차마고도를 넘나들던 마방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과 닮아 있다.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을 교환하기 위해 뚫었던 인류 역사상 가장 높고 험준한 교역로다. 해발 수천 미터의 고산과 협곡, 사막과 만년설을 가로지르며 동서 문명을 잇던 생명의 통로였다. 리장은 그 차마고도의 핵심 거점이자 수많은 길이 교차하던 운명의 요충지였다.

천 년 전, 이 험준한 산길을 오르내리던 마방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 다른 한쪽은 만년설이 내려앉은 산비탈.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차를 지고 말을 몰았다. 그들에게 이 길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을 건 사투의 현장이었다.

같은 길 위에 선 오늘의 우리는 전혀 다른 이유로 이곳을 걷는다.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며 듣는 바람 소리 속에서 문득 말방울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하다. 딸랑, 딸랑…. 그 환청은 마치 이렇게 묻는 것만 같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해 이 높은 곳까지 왔는가?
찻잎인가, 명예인가, 아니면 마음의 평화인가?”

페어웨이 곳곳에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어쩌면 그 옛날 마방들이 흘린 땀방울이 땅에 스며 피어난 흔적일지도 모른다. 벙커는 그들이 넘어야 했던 사막과 협곡을 닮았고, 그린은 오랜 여정 끝에 도달하고 싶었던 오아시스나 티베트의 사원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상을 더하다 보니 18홀의 라운드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역사 기행이 된다.

나시족의 지혜처럼, 이곳에서는 자연과 싸우려 들면 백전백패다. 바람에 순응하고, 산세를 읽고,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골프도, 인생도 풀린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이 길 위에서 배운다.
■ 인상 리장(Impression Lijiang): 영혼을 울리는 붉은 함성
오전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 장예모 감독의 야외 공연〈인상 리장〉을 관람하는 것은 이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이 무대에는 인공적인 조명도, 화려한 장치도 없다. 해발 3,100m의 옥룡설산 그 자체가 배경이 되고, 붉은 황토의 대지가 무대가 된다. 500여 명의 나시족, 이족, 장족 농부들이 확성기 하나 없이 육성으로 지르는 함성은 설산의 벽에 부딪혀 거대한 메아리가 되어 관객의 가슴을 정면으로 때린다.
그들의 노래에는 기교가 없다. 투박하지만 거짓이 없다. 말 안장을 두들기며 부르는 가사 또한 단순하다.
“우리는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사랑했으며,
죽어서 다시 저 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원초적인 외침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 석이 묵직해진다. 18홀 내내 스코어에 집착했던 내 작은 욕망들이 저 거대한 대자연의 교향악 앞에서는 얼마나 하찮은 티끌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고산의 찬 바람 때문이 아니다. 잃어버렸던 생명력 내 안의 야성이 깨어나는 전율 때문이다.
■ 리장 고성(古城) : 센과 치히로의 밤거리를 헤매다
해가 지고 산에서 내려오면 여행의 2막이 열린다.
고성 입구의 거대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옥룡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 도시 곳곳을 실핏줄처럼 흐른다. 300개가 넘는 돌다리 사이로 붉은 홍등이 하나둘 켜지면 고성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리장 고성(다옌 고성)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800년 전 송나라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밤의 고성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광장에서는 매일 밤 나시족 할머니들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어색한 몸짓으로 그 속에 섞여 있다 보면, 언어의 장벽은 어느새 사라진다.


수로를 따라 늘어선 바 거리에서는 통기타 가수의 노래가 잔잔히 흐른다. 이곳의 음악은 소음이 아니라 물소리와 어우러진 낭만의 일부다. 지도 없이 골목을 헤매보자. 길을 잃어도 괜찮다. 아니, 이곳에서는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 동파문자-영혼을 기록하다
리장에서는 인류 문자의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동파문자’를 만난다. 나시족 제사장들이 사용하던 이 문자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세계 유일의 상형문자다. 그들은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그림으로 기록했다. 태양은 이글거리는 해로,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보는 모습으로.

우리는 골프를 치며 스코어카드에 숫자를 남긴다. 72타, 85타, 90타….
하지만 동파문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어떨까. 오늘의 라운드를 숫자 대신 ‘바람에 흔들리던 깃대’, ‘동반자와 나눈 웃음’, ‘호수에 비친 구름’ 같은 그림으로 기록한다면.
“숫자는 잊히지만, 풍경은 기억된다.”
동파문자가 건네는 조용한 깨달음이다.

■ 미식(美食) 기행: 야생의 맛을 탐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리장 골프는 '식후경'이 아니라 '식도락'이다. 윈난성은 야생 버섯의 왕국이다. 고산 지대의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송이, 능이, 그리고 현지 특산물인 랍파균 등 수십 가지 야생 버섯을 넣고 끓인 '버섯 훠궈(샤브샤브)'는 필수 코스다.

펄펄 끓는 육수에 얇게 저민 야크 고기를 살짝 익혀 입에 넣으면, 야생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일반 소고기보다 지방이 적고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여기에 4,000만 년 전 빙천수로 빚었다는 리장의 지역 맥주 '풍화설월(風花雪月)' 한 잔을 곁들이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식사의 마무리는 단연 '보이차다 차마고도의 시작점인 윈난성은 보이차의 본고장이다. 기름진 식사 후에 마시는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은 위장을 편안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찻잔을 비우며 생각한다. 이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그 옛날 마방들은 그토록 험한 길을 걸었구나. 그 역사적 무게감이 차의 향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 내려오는 길, 우리는 무엇을 담아가는가
다시 쿤밍으로 향하는 길.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정신은 수정처럼 맑다.
해발 3,100m, 산소가 부족했던 그곳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깊은 숨을 쉬었다. 도시의 소음과 관계의 피로는 걸러지고, 폐 속 가득 채워온 것은 옥룡설산의 차가운 정기와 은빛 파노라마다.


누군가 “리장 골프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스코어카드 대신 이렇게 답하리라.
“나는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왔다.
옛 마방들의 숨결을 느끼며 걷고,
내 공은 만년설을 향해 날아올라 별이 되었다.” 고...

골프채는 펜이 되고 잔디는 원고지가 된다. 리장 옥룡설산 G.C에서의 하루는 내 골프 인생이라는 책에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한 페이지로 남았다. 타수는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날, 그 설산 아래서 느꼈던 바람의 냄새와 야생화를 만난 설렘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기어이 바다를 건너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산을 오른 이유다.

"당신의 샷, 신화가 되다"
더존투어(주) 대표 < 여행하는 골퍼> 드림


[여행 팁 & CEO의 시크릿 노트]
- 리장 옥룡설산 골프 & 여행 100배 즐기기
▷ 복 장: "여름에 무슨 패딩이야?" 하다가 감기 걸린다. 7~8월에도 아침저녁은 쌀쌀하다.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는 필수다. 복장은 '4계절'을 준비하라 ! "산 아래는 봄, 산 위는 겨울"이라는 말이 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Layered Look) 체온을 조절하고, 경량 패딩과 윈드브레이커, 핫팩은 필수 지참품이다.
▷ 자외선 차단: 고지대의 자외선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선글라스와 챙 넓은 모자를 꼭 챙기시라
.
▷ 상비약: 고산병 대비를 위해 출발 며칠 전부터 약을 복용하거나, 현지에서 산소통(휴대용 캔)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고산병, 겁먹지 말고 대비하자 ! 도착 첫날은 과음과 뜨거운 샤워를 자제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산소나 물을 미리 준비하면 좋다. 골프장 카트에는 산소통이 비치되어 있으니 숨이 찰 때마다 틈틈이 흡입하면 큰 문제 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뛰지 말고 천천히 걷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자.
▷ 라운드 팁: 비거리의 유혹과 함정
비거리가 15~20% 늘어난다. 드라이버는 호쾌하게 지르되, 아이언 샷은 평소보다 한두 클럽 짧게 잡는 것이 요령이다. 거리는 평소보다 10~15% 덜 보고 친다. 절대 뛰지 말것! 굿샷을 했다고 흥분해서 뛰어가다가는 그린 위에서 어지러워질 수 있다. 우아하고 천천히, 귀족처럼 걸으더가시라!
▷ 사진 포인트는 여기!
5번 홀(Par 5, 711야드) 티박스 표지석 앞은 필수 인증샷 존이다. 또한 15번 홀 호수 앞에서 설산의 반영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평생의 자랑거리가 된다. 스코어보다는 '이 거대한 풍경 속에 내가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남는 장사다.
▷ 리장 고성 길 잃기(?)
리장 고성에서는 지도가 필요 없다. 아니,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골목마다 숨겨진 작은 공방, 찻집, 간식 가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길이니 편안한 신발은 필수다.
▷ 추천숙소 : 풀만 리조트(Pullman Lijiang): 골프장과 가깝고 시설이 현대적이며 쾌적하다.
▷ 리장골프-옥룡설산 골프장 답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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