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문학 골프 기행 19] 보물 섬 타이완, 중화문명의 정수에서 샷하다
- 타이페이(Taipei) 3색 명문: 양승, 다시(大溪), 미라마 CC
"대륙의 역사유물은 바다를 건너와 보물이 되었고, 바람은 고원에 머물며 골퍼들의 스승이 되었다. 이제 여기서 당신의 골프 대서사시 완성을 조율 할 시간이다."
중국 대륙의 광활한 역사를 따라온 인문학 골프 기행의 여정이 바다를 건너 보물섬 대만 타이완에 닿았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그저 가성비 좋은 먹방 여행지라 평하지만 인문학적 시선으로 보는 타이페이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대만은 1949년 대륙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피해 옮겨온 중화문명의 정수가 응축된 거대한 방주와 같다.
자금성의 잃어버린 보물을 품은 타이페이에서 대만 골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세 곳의 명문 코스를 통해 역사와 예술을 아우르며 라운드한다. 중화문명의 보물속에 담긴 대서사시의 여정을 시작하며 티박스에 섰다.

■ 60만 점의 유물과 함께 건너온 '혼'
베이징 자금성과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에 들어 서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자금성은 999칸 웅장한 궁궐이라는 껍데기만 남았고, 그 안을 채우던 진짜 알맹이들은 모두 이 섬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장제스가 대륙을 떠날 때 군함에 가장 먼저 실었던 것은 금괴나 피난민이 아니었다. 수천 년 역사를 품고 있는 옥과 서화, 도자기들이었다.

그들은 왜 유물 상자를 끌어안고 바다를 건넜을까. 중국문명의 정통성을 지킨다는 명분과 중국의 '정신'을 지키기 위함이아니었을까 싶다. 골프도 비슷하다. 18홀 라운드는 단순한 운동과 유희라기 보다 자신만의 에티켓과 매너와 양심이라는 '골프정신'을 지켜내는 과정이다. 이제 중국의 정신이 깃든 타이페이 필드로 향한다.


■ 양승(Yang Sheng) G.C.- 바람과 대화
첫 번째 목적지는 타오위안의 고원에 위치한 양승(揚昇) 골프 앤 컨트리클럽이다. 이곳은 LPGA 대회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의 혼을 빼놓았던 챔피언 코스다.
Sunrise Golf & Country Club Golf Course

바람, 인생의 역풍을 대하는 자세
양승의 진짜 주인은 설계자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아니라 '바람'이다. 사방이 트인 고원에서 불어오는 변화무쌍한 바람은 골퍼의 평정심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바람은 '운명'과 닮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힘이다. 양승에서 스코어를 지키는 비결은 겸손이다. 바람을 이기려 드라이버를 세게 휘두르면 공은 여지없이 숲으로 사라진다. 바람 앞에 낮게 엎드려 탄도를 낮추는 펀치샷의 지혜를 발휘할 때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다.

"바람을 탓하지 말고, 바람을 타라."
양승의 페어웨이를 걸으며 우리는 세파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라운드 후 웅장한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코스는 마치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한 바다처럼 아름다웠다.

■ 다시(Tahee) G.C. 황제의 별장에서 내려놓은 권력
두 번째 코스는 대만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다시(大溪) 골프클럽이다. 이곳은 과거 장제스(蔣介石)와 그의 아들 장징궈(장경국) 부자가 가장 사랑했던 휴양지이자 별장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권력의 정점에서 만난 무릉도원
다시 G.C.는 '대만의 발리'라는 별칭답게 거대한 호수와 야자수 그리고 버뮤다 잔디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공간의 기억에 있다.

대륙 수복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했던 장제스는 이곳 호숫가를 거닐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천하를 호령하던 권력도 흘러가는 물 앞에서는 한낱 물거품에 불과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다시 G.C.의 페어웨이는 유난히 넓고 평화롭다.

여기서 라운드 하는 일은 마치 황제의 산책 같다. 27홀의 코스 중 대계(Daxi) 코스의 호수 경관은 압권이다. 물 위에 비친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샷을 할때 타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 무릉도원을 거니는 경지를 경험한다. ( 홈페이지 )
■ 미라마(Miramar) G.C.: 360개의 벙커, 완벽을 향한 집요한 조각
마지막 코스는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설계한 미라마(美麗華) GC이다. 이곳은 대만 최고의 부촌과 연결된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취옥백채'
미라마에는 무려 360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홀당 평균 20개가 넘는 수치다. 잭 니클라우스는 왜 이토록 지독하게 함정을 팠을까.
그 답을 고궁박물관의 <취옥백채(翠玉白菜)>에서 찾는다. 옥의 결을 따라 배추 잎의 여치 한 마리까지 정교하게 깎아낸 장인의 집요함. 미라마의 코스는 바로 그 장인 정신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정직한 샷 철저한 계산과 전략 없이는 한 발자국도 허락하지 않는 니클라우스의 고집이 서려 있다.

화려한 클럽하우스와 완벽하게 관리된 그린은 골퍼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지만 티업을 하는 순간부터 엄격한 코치로 변한다. 미라마는 가장 화려한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는 역설과 성공한 이들에게 완벽이란 끝없는 절제에서 온다는 사실을 벙커라는 모래 글씨로 웅변하고 있다.

■ 예술과 미식, 덩리쥔의 노래가 흐르는 지우펀의 밤

라운드가 끝나면 낭만 여행객이 되어 지우펀(Jiufen)의 붉은 등 아래를 걷는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홍등의 행렬. 그 몽환적인 풍경 속에서 아시아의 가희 덩리쥔(등려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월량대표아적심-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네- >의 선율은 낮 동안 필드에서 겪었던 긴장과 피로를 몽글몽글하게 녹여준다.


이 곳의 밤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땅에는 붉은 홍등이 있다면, 하늘에는 여행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천등이 오른다.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소중한 가족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어 내려간다. 그 곁에 건강과 행복이라는 평범하지만 가장 절실한 기원들을 덧붙인다. 불을 붙이면 풍등은 뜨거운 공기를 머금고 둥실 떠오른다. 까만 밤하늘 속으로 점이 되어 멀어지는 그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필드에서 그토록 열망했던 것도 결국은 사랑하는 이들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삶의 동력이 아니었던가.


영혼을 채우는 한 잔의 위로
밤하늘에 소망을 띄운 후 만나는 미식은 여행의 방점을 찍는다.
▷샤오롱바오: 얇은 피 속에 가득 찬 뜨거운 육즙은 장인의 정교함이 빚어낸 예술이다.
▷ 우육면: 진하게 우려낸 국물은 라운드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영혼의 스프다.
▷ 금문고량주: 58도의 강렬함 뒤에 오는 은은한 수수 향. 동반자와 함께 나누는 술잔에는 낮의 승부 대신 평생을 갈 우정이 담긴다.



■ 나가며—당신의 인생 샷은 박물관에 남지 않는다
혹 어떤분이 물을지 모르겠다. 골프 치러 가는데 왠 박물관 이야기에다 흘러간 지도자의 별장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지만 양승의 바람을 이해하고 샷을 날리는 골퍼와 단순히 공만 치는 골퍼의 18홀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전자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걷는 것이고 후자는 그저 잔디 위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이다.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의 보물들은 유리창 너머에 박제되어 있지만 골퍼가 <다시 GC>의 호수 앞에서 날린 그 멋진 드라이버 샷과 양승의 강풍을 뚫고 핀 옆에 붙인 그 펀치 샷은 기억이라는 개인적이고 위대한 박물관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보물섬 타이페이. 이곳에서 발견할 가장 큰 보물은 바로 행복해하는 골퍼의 미소와 이것을 기록하는 자세이다."
당신의 샷, 보물이 되다.
더존투어(주) 대표 <여행하는 골퍼> 드림
[여행 팁 & CEO의 시크릿 노트]
▷ 다시(Tahee) G.C. 필승법: 장제스의 별장이 있던 코스답게 조경이 아름다워 한눈팔기 쉽다. 특히 워터 해저드가 많으니 비거리보다는 방향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 양승(Yang Sheng) 준비물: 바람막이는 필수다. 그리고 '바람을 계산하는 넉넉한 마음'도 챙겨야 한다.
▷ 미식 팁: 지우펀은 해가 진 직후가 가장 아름답다. 너무 늦으면 상점들이 문을 닫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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