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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골프

[중국 인문학 골프기행 16화] 곤명: 골프에 '봄'이 왔다. 365일 꽃피는 도시 춘성(春城)

[중국 인문학 골프기행 16화] 곤명(昆明):  골프에 '봄'이 왔다. 365일 꽃피는 도시 춘성(春城)
 '영원한 봄', 그곳에서  시간을 샷(Shot)하다


"날씨는 언제나 이월과 삼월 같고 꽃가지는 사계절 내내 봄이라네(天氣常如二三月, 花枝不斷四時春)" - 명나라 문인 양신(楊愼)-

수백 년 전 시인이 노래했듯 이곳 시간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멈춰 있다. 세상 봄이 모인 도시 춘성(春城). 그 영원한 봄의 대지 위에서 우리는 색다른 문화를 만나고 향기로운 시간을 마시며 다시 청춘을 샷(Shot) 한다.

 

들어가며....느슨한 중력, 다시 청춘을 만나다!


리장 옥룡설산에서 들이켰던 공기는 차갑고 날카로운 숨결이었지만 이곳 곤명(쿤밍)의 공기는 부드러운 위로의 숨결같았다. 해발 2천미터 낮지 않은 고원임에도 이곳의 바람에는 날이 서 있지 않았다.  

골퍼에게 '봄'이란 단어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죽어있던 잔디가 초록의 생명력을 되찾는 기적의 순간이자. 겨우내 딱딱하게 굳어있던 근육이 이완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곤명은 골퍼들에게 '잃어버린 비거리'를 되찾아주는 마법의 땅이기도 하다. 고지대의 얇아진 공기 덕분에 공기 저항이 줄어들어 평지보다 비거리가 10~15%는 더 나간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크게 틀어 두고 봄의 도시로 떠나 보자!!  ( 클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줄어든 비거리 때문에 세월을 탓하며 의기소침 했던가? 곤명에서는 누구나 전성기 시절의 장타자가 된다. 이번 여정은 치열한 전투가 아니라, 긴장된 어깨의 힘을 빼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이완' '치유'의 라운드가 될 것임을 느끼며 춘성골프 & 리조트로 향한다.


■  돌의 숲(石林)에서 '기다림'을 

기이한 풍경이 스쳐 지닌다.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검은 돌기둥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천하 제일의 기이한 풍경'이라 불리는 석림(石林)이다.

약 2억 7천만 년 전, 이곳은 깊은 바다였다. 지각 변동으로 땅이 솟구치고, 수억 년의 비바람이 약한 흙을 씻어내리자 강한 뼈대만 남았다. 그것이 지금의 석림이다. 골프가 '멘탈'이라는 기와의 싸움이라면 저 돌들은 '시간'이라는 흐름과 싸워 이겨낸 승리자들이다.

 

이 기묘한 돌숲에는 사니족 '아시마(Ashima)'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단다. 목동 아헤이와 사랑에 빠졌진 아름다운 처녀 아시마는 탐욕스러운 영주의 아들에게 납치당하고,목숨을 건 노래 대결을 펼쳐 승리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홍수에 휩쓸려 희생되고 만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돌기둥이 솟아올랐다는 슬픈 전설.

이 비장한 전설을 품은 석림은 골프의 미덕인 '기다림'을 환기시킨다. 앞 팀이 홀을 비워주기를 기다리는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내 스윙의 리듬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흔들리는 멘탈이 다시 고요해지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곤명의 돌숲은 묵묵히 말하고 있다. "기다려라.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그리고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을 때까지."



운남민족촌에서 만난 '색(色)'


곤명은 중국 56개 민족 중  25개 소수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인류학의 보고'다. 이들의 삶을 축소해 놓은 운남민족촌을 거니는 것은 골프 라운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인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궄밍 운남민족촌 정문


다양성의 향연- 골프는 규격화되지만 삶은 다채롭다
백족, 이족, 나시족, 모수오족... 저마다의 독특한 의상과 언어, 문화를 지닌 이들이 한 땅에서 어울려 산다. 그들의 화려한 전통 의상은 춘성의 꽃보다 더 눈부시다.

운남민족촌 - 샹그릴라 장족촌 민속춤  

운남민족촌- 백족마을 백탑  

골프장은 18홀이라는 정해진 규격 속에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플레이는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스윙을 가진 골퍼는 단 한 명도 없다. 운남의 소수민족들이 서로 다른 색깔을 뽐내며 조화를 이루듯 골프도 저마다의 개성과구질을 인정할 때 비로소 즐거워진다. "왜 나는 프로처럼 스윙하지 못할까" 보다는 "이것이 내 색깔이다"라고 인정하는 여유. 그 사실을 이 다채로운 민족들의 미소가 전하고 있다.

 


■  차마고도의 향기, 보이차(普洱茶)에 시간을 우리다


곤명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보이차(푸얼티)다. 운남성은 차나무의 발원지이자 티베트와 인도를 잇던 문명 교역로 차마고도의 시발점이다.

 

보이차는 갓 따낸 신선함으로 마시는 녹차와 달리 '시간'을 마시는 차다. 세월을 묵힐수록 떫은 맛은 사라지고, 깊고 그윽한 향이 피어오른다. 이것은 골프와 많이 닮았다.

 

힘이 넘치지만 거칠고 실수가 많은 초보시절은 갓 덖어낸 녹차와 같다. 숱한 OB와 해저드를 경험하고 벙커에서 좌절하며 구력이 쌓인 골퍼 - 흔히 아파트 한채 값을 지불한 골퍼(ㅎ)는 잘 익은 보이차를 닮아 간다. 비거리는 조금 줄었을지 몰라도 코스를 읽는 눈은 깊어졌고 미스 샷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라운드를 마치고 차 주전자에 붉은 보이차를 우려낸다. 혀끝에 감도는 쌉싸름함 뒤에 올라오는 달콤한 맛과 향. 그 향기 속에서 골프도 인생도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 가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곤명에서 마시는 보이차 한 잔은 내 골프 인생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도구 였다.

 

 


■  신과 인간이 합작한 걸작, 춘성 Spring City 골프 리조트


이제 골퍼들의 성지이자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춘성 골프 앤 레이크 리조트(Spring City Golf & Lake Resort)'로 가 보자.

 

골프를 좀 친다는 사람들에게 "중국 최고의 골프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곳을 꼽는다. 해발 2천 미터 고지에 위치한 거대한 산정호수 양종해를 끼고 조성된 이 36홀 코스는 골프 설계의 두 거장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가 빚어낸 예술품이다. 

쿤밍 Spring Citty Golf Coure 전경 ( 사진출처: 춘성골프장 홈페이지)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린 이곳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색(Color)의 대비'다. 운남성 특유의 철분이 가득한 붉은 흙과 그 위를 덮은 벤트그라스의 진초록 그리고 머리 위 코발트블루 하늘. 강렬한 원색의 대비는 골퍼의 심장을 뛰게 한다. 여기에다 붉은 대지 위로 날아가는 흰 공의 궤적은 곤명에서만 볼 수 있는 황홀한 예술이다.

 

레이크 코스 (Lake Course)- 아름다운 장미의 가시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레이크 코스는유혹이다. 계단식으로 설계되어 어디서든 푸른 양종해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아름답지만 그 속에는 가시가 숨어 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클럽 선택을 방해한다. 

양종해를 옆으로 끼고 전개되는 9번 파5홀로 핸디캡 3번 홀이다. 양쯔하이 호수를 따라 조성된 좁고 길게 이어진 페어웨이와 절경이 어우러진 시그니처 홀.

 

유리판 그린은 1년 내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린 스피드는 보통 10.0을 상회한다. "공을 굴리지 말고 입김만 불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리는 곳. 이 아름다운 코스에서 우리는 자연의 변덕스러움과 내 섬세함을 동시에 시험받는다. 절대로 대충대충 칠 수 없는 진진한 코스다.

 * 정교한 그린 디자인:  그린은 전반적으로 넓지만, 경사 변화가 복잡하고 라이가 많다. 그린 스피드는 적당하지만, 퍼팅 라인을 신중하게 읽지 않으면 쓰리 퍼트나 포 퍼트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린 주변에는 벙커나 워터 해저드가 많은 편이라 그린 공략의 난이도를 높인다. 

전략적인 도전: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는 코스를 설계하면서 다양한 수준의 골퍼들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한다. 상급 골퍼들은 정교한 샷으로 더 먼 낙하 지점을 공략하여 더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고,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상대적으로 안전한 코스도 있지만, 워터 해저드를 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15번 홀 페어웨이 - 주변의 열대 우림이 동남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레이크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것은 시각적, 심리적인 두 가지 즐거움을 함께 주는 듯 하다. 매홀 티샷을 하기 전,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마치 한폭의 그림 속에서 스윙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적지 않은 복병과 도전도 숨겨져 있었다.  가시 돋힌 장미를 꺽는 기분이었다.  명불허전이다!

 

https://tv.kakao.com/v/456828696


마운틴 코스 (Mountain Course) - 황금 곰의 전략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마운틴 코스는 전략이다. 레이크 코스가 바람과의 싸움이라면, 이곳은 설계자와의 두뇌 싸움이다. 넓어 보이는 페어웨이 곳곳에 입을 벌린 벙커들. "생각 없이 치는 샷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힘으로만 제압하려 하면 낭패를 본다. 철저한 '코스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무척 재미있는 코스다.

스프링시티 골프장 레이크코스 3번 파3 홀 전경. 산과 호수, 벙커, 푸른 페어웨이가 조화를 이루는 자연친화적인 골프코스 풍경.

 

현저한 고저차: 마운틴 코스의 큰 특징은 현저한 고저차이다. 많은 홀의 티잉 그라운드가 높은 곳에 있어 전체 코스를 내려다볼 수 있고, 몇 홀은 멀리 양종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넓고 시원한 시야를 제공해 호쾌한 샷을 할 수 있어 좋다. 고저차가 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인 해저드 디자인: 니클라우스는 디자인에 깊은 벙커와 험준한 경사면, 전략적으로 배치된 숲 등 다양한 해저드를 교묘하게 배치했다. 이런 해저드는 단순히 난이도를 높이는 것 뿐 아니라, 골퍼가 위험한 라인을 택하도록 유도하거나 보수적인 전략을 선택하도록 한다. 

 

넓은 페어웨이와 가파른 그린: 레이크 코스에 비해 마운틴 코스의 페어웨이가 더 넓은 편이라 장타자들이 선호한다. 이에 비해 그린의 경사는 더 가파르고 라이가 많아 퍼팅의 정확도에 대한 요구가 더 높다. 그린이 포대형이 많아 공략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9번홀 그린 앞 넓은 페어웨이- 그린 주변에는 벙커가 즐비하다.

 

해 질 녘 18번 홀에서 바라보는 양종해의 낙조는 골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호수 위로 쏟아지는 황금빛 저녁 노을. 그 장엄한 풍경 앞에서 스코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지금 이 위대한 자연 속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   곤명의 맛- 따뜻한 국물에 담긴 위로 궈차오미시엔

곤명의 소울 푸드는 궈차오미시엔-운남 쌀국수이다.  '다리를 건너는 쌀국수'라는 이 요리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공부를 하는 남편을 위해 섬으로 점심을 나르던 아내가 국물이 식지 않도록 닭 육수 표면에 기름막을 띄우고 재료를 따로 가져가 먹기 직전에 넣어 익혀 먹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뜨끈한 육수에 얇게 썬 고기와 야채 면을 넣으며 수백 년 전 남편을 향했던 아내의 지극한 정성을 생각한다. 라운드의 피로를 씻어주는 그 따뜻한 국물 맛은 바로 사랑의 온기 였다. 


■  나가며... 우리는 왜 곤명으로 떠나는가?


모든 여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이 올 때와는 다르게 보인다. 석림의 돌들은 인내를 가르쳐 주었고, 소수민족의 미소는 다양성을 일깨워 줬다. 보이차는 시간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춘성 골프장은 그냥 필드만은 아니었다. 그곳은 메마른 감성을 적시는 인문학의 도서관이었고, 봄의 기운을 받아가는 청춘의 충전소였다. 일상에 지쳐 마음이 굳어져 가거나 내 골프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주저 말고 곤명으로 떠나시라.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장타자'가 되고 '청춘'을 찾을 것이다.

"꽃이 지지 않는 춘성(春城)에서, 당신의 샷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기를..."
더존투어(주) 대표 <여행하는 골퍼> 드림



[에디터 노트] 

[여행 팁 & 전문가의 시크릿 노트]
최적의 시기: 1년 365일 '봄'.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아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쾌적하다.
항공: 인천-곤명 직항 (약 4시간 30분 소요).

[관광 추천 운남의 혼을 찾아서] 석림, 운남민족촌: 25개 소수민족의 건축과 문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테마파크.
구향동굴: 영화 <신화>의 촬영지. 배를 타고 동굴 안을 탐험하는 신비로운 경험.

[숙소 & 미식]  춘성 리조트 빌라: 골프에 집중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 아침 테라스 뷰가 환상적이다.
버섯 샤브샤브: 야생 버섯의 천국인 운남성에서 꼭 맛봐야 할 보양식.

[라운드 팁] 춘성 C.C.의 그린 스피드는 빠르기로 악명 높다(10.0~11.0). 연습 그린에서 충분히 감각을 익혀야 '3퍼팅의 악몽'을 피할 수 있다.

[Check Point] 비거리의 마법: 곤명은 해발 1,900m 고지대다. 평소보다 비거리가 10~15% 더 나간다. 아이언 클럽 선택 시 한 클럽 짧게 잡는 것이 요령이다.

[사진 포인트] 붉은 흙과 초록 잔디의 대비가 선명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평생 남을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다음 편 : 제17화. [충칭] 사이버펑크 야경과 광복군의 눈물 - 험난한 산악 코스에서 만나는 역사의 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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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문학 골프기행 목차 &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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