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골프 라운드 후기
지난 5월 초순 이틀 일정으로 부산 골프투어를 다녀왔다. 부모님 기일에 맞춰 형제들 내외 두 팀이 함께한 라운드라 더 뜻 깊었고, 진행 업체의 꼼꼼한 준비와 배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숙박하고 첫날은 거제 드비치CC , 다음날은 울주 더골프CC 에서 플레이했다. 12개 홀에서 바다가 보이는 해변코스 드비치의 장관과 아기자기하고 예쁜 더골프CC를 만난건 큰 행운이었다.
"인간은 도시를 건설했고, 신은 자연을 창조하셨다"는 말대로 좋은 골프장과 함께 한려수도의 멋진 풍광과 눈부시도록 찬란한 5월의 날씨는 더 큰 축복이었다.
아름답고 멋진 순간들을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온 가족들이 두루 감상하고, 혹 이쪽으로 골프투어를 생각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까해서 사진과 느낌 몇 줄을 올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천리가 넘는 먼 거리다. 그런데 멀지가 않다. 공간거리 보다 시간거리가 더 중요한 세상이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은 50분 남짓.
비록 LCC지만 부산 시민의 자랑이자 골퍼들에겐 25kg의 수하물까지 서비스해 주는 에어부산의 서비스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이다.
두 형수님과 형님은 장거리 운전이 부담되어 항공편으로 부산으로 오셨고, 우리는 하루 전 출발해 고향집에서 1박후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전/야/제
집에서 출발한지 여섯시간 만에 도착한 고향집 . 반겨주는 이 아무도 없는 빈 집이지만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형이 지극 정성으로 돌본 탓에 푸근한 마음으로 여장을 풀고 저녁을 준비한다.
넓은 마당은 텃밭으로 변했고, 형이 주말마다 와서 가꾼 여러가지 채소가 소담스레 자라고 있다. 싱싱한 채소에다 삼겹살 구이로 순식간에 막걸리 몇 병을 비웠다. 내일 모레 이틀간의 골프 라운드 걱정은 뒷전이다. 아내와 둘이 앉아 늦은 시간까지 봄밤을 즐긴다.
거제 드 비치 CC 라운드 후기
부산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부산에 가면 회가 공짜인 줄 안다' ' 부산에 가면 어디에서나 해운대 앞바다 같은 풍광이 있는 줄 안다' '부산대는 아무나 가는 줄 안다' 등등 여러가지 우스개 소리가 많단다.
여기에다 수도권 골퍼들은 부산골프에 대한 오해도 많다. '부산에도 명문 골프장이 많다고?' '부산 갈바에야 제주도가 낫지 않나?' 아니다. 보석 같은 곳들이 참 많다. 외부에 소문내지 않고 향토민들만 은밀하게(?) 즐기다 코로나 사태로 탄로가 난 격이다.
" 세인트 앤드류스의 역사가 흐릅니다. 페블비치의 꿈이 펼쳐집니다. 골프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와 비교해도 좋고, 골프의 로망 페블비치를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
뭐 이런 거창한 표현이 있을까? 드비치CC 홈페이지에서 만난 내용이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런 도전적인 케치프레이즈를 걸었을까? 전세계 적지 않은 코스를 많이 돌아봤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 두 곳은 가보지 못하고 그저 영상으로만 봤던 곳.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엄청난 기대로 여섯시간을 달려 도착한 거제도는 음울한 잿빛 하늘이었고 바다도 같은 모습으로 하늘에 화답하고 있었다. 드비치 페어웨이는 켄터키 블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고, 수 많은 디봇자국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렵게 올린 그린에서 구르지 않는 골프공을 향해 혼자서 갓뎀을 외쳤다. 작년 (2020년) 10월 말이었다.
그런데....
같은 골프장이 맞는지 물었다. 변함없이 그곳에 있는 같은 골프장이 7개월 전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올해 6월 KPGA 공식대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대회 준비로 골프장 상태는 최상급이었다. 눈부신 오월 햇살이 바닷물도 에머럴드로 빛나게 했고, 일기예보상의 강풍은 봄 바람처럼 살랑대는 감미로운 미풍이었다. 이 보다 더한 하늘의 축복이 있을까?
아직 가보지 못한 세인트앤드류와 페블비치를 제외한 어느 골프장 보다 풍광은 훨씬 뻬어났다. 업무상 전세계 적지 않은 골프장을 돌아봤다. 제네바 호수를 내려 보는 멋진 곳이라 자랑하는 프랑스 에비앙은 여기 근처에도 못 올 곳이고, 지중해를 따라 전개되는 터키 안딸리아 벨렉의 14개 골프장들도 이곳에 비할 바는 못된다. 그 곳은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1BAY 코스이지만 드비치는 삼면이 해변인 3BAY SEA SIDE코스이다.
멕시코 칸쿤의 카리브해를 내려다 보면서 또, 하와이에서 사이판에서 태평양을 향해 샷을 해봤지만 여기처럼 12홀이나 바다를 감상하며 샷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3.000킬로나 되는 해안을 따라 우후 죽순으로 건설된 베트남의 수 많은 특급 골프장도 한국의 골퍼들이 한번 쯤은 가볼만한 곳 들이다. 최근에 개장한 호이안의 명품 호이아나CC와 그렉노만의 명작들인 붕타우 호짬CC와 나트랑의 깜란 KN CC는 세계적인 링크스 코스들이다. 훌륭하고 재미난 코스들이다. 그런데 풍광만 놓고 비교하면 드 비치를 따라오기 힘들다.
이정도 코스라면 2011년 개장한 이듬해에 한국의 10대 골프장에 선정되고, 2020년에는 아시아 100대 골프장에 선정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클럽이 많은 골퍼들에게 관심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일랜드형 3BAY-LINK코스라는 점이다. 또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김해공항에서 5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수도권 골퍼들의 접근성 또한 뛰어난 점이다.
코스는 7,442 Yds/Par72로 제법 긴 남성적인 코스이다. 대체로 언듈레이션이 심한 한국 지형에 설계한 전형적인 한국형 코스이다. 어렵지만 그 만큼 재미있다. 그러니 중상급자들이 환호한다. 페어웨이가 한쪽으로 흘러내려 티 샷 때부터 상당한 주의와 전략이 필요하다.
인상적인 몇 홀을 소개한다 .
🔹 시그니쳐홀 / Best Beautiful Hall
인코스 8번홀 ( 17HOLE) PAR 3 / 213yard
그린이 바다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홀로 가장 아름다운 시그니쳐 홀이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 듯이 절대 만만한 홀이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파3홀을 헤아릴 때 순위에 드는 홀이라니 니퍼- 니어와 버디에 한번 도전해 볼만한 챌린징 홀이다.
12HOLE PAR 5 / 585yard
비교적 쉬운 홀로서 그린에서 황포해수욕장과 딴섬들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이 좋은 홀이다.
🔹 폭풍의 언덕 & 일망무제
몇 번홀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호쾌하게 샷하는 기분이 일품이다. 그린 깃대가 휘날리는 고지 뒤편의 풍광이 궁금하다. 어린시절 미지에 대한 동경처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묘한 기분을 연출한다 . 일망무제 !! 멋진 풍광을 감상하느라 촬영을 놓쳤다. 오호통재라ㅠ
🔹 아름다운 파3홀과 전설따라 삼천리
아웃코스 06HOLE PAR 3 / 202yard 휴게실과 티박스에서 바다가 조망되는 멋진 경관을 가진 홀이자 임진왜란때 원균의 대패로 경상도 수군이 괴멸된 칠전량 해전의 뼈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캐디의 설명에 따르면 칠전량 해전의 패장인 원균은 전사하지도 자결하지 않고 도망가서 이름을 바꿔 오래 오래 살았단다. 아직도 살아 있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원균이 개명한 이름은 "세균" 이란다. ㅎ
🔹 핸디 1번 " 악마의 홀"
인코스 9번홀 (18HOLE) PAR 5 / 629 yds
드비치 CC에서 가장 긴 롱홀. 오르막에 그린 앞에 헤저드까지 있어 난이도가 높은 홀이다. 17번 파 3홀에서 곤욕을 치르고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그 꿈은 쉽지 않다. 얼마나 어려우면 '악마의 홀'이란 별명이 붙었을까? 드비치CC의 승패는 17번 18번 홀에서 결정이 난다. 운좋게 두 형제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 .
🔹 마스크 덕분에 알만한 사람만 아는 사진들...
홈페이지에서 모셔온 드비치 CC 항공사진
더 골프CC 라운드 후기
더골프CC는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해 있다. 부산에서 이동거리를 걱정했는데,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골프장 도착후 여유있게 아침식사후 라운드 할 수 있어 좋았다. 대파를 듬뿍 넣어 끓인 육개장이 전문식당 이상으로 훌륭하고 맛있었다. 혹 전날 과음이라도 했으면 더욱 강추!
5월 8일 어버이날 골프장에서 선물한 카네이션 / 한뿌리에서 난 여섯그루 소나무. 우리 6형제와 닮은 듯 하다고 형이 찍은 사진을 모셔왔다.
'명창 뒤에 부르는 노래는 음치'로 들린다고~ 전날 거제 드비치CC의 파노라마 같은 풍광이 떠올라 비교가 된다. 그래도 아시아 100대 골프장에 선정된 회원제 골프장과 같은 반열에 비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울산 최초의 퍼블릭 골프장답게 섬세하게 관리해온 노력이 보인다. 편안하고 아담하고 여성스럽다. 예쁘다. 코스도 주변의 수목들과 풍광도, 무엇보다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마음이 이쁘다.
백티 기준 6004미터로 그리 길지는 않은 파 72홀 코스이다. Rocky코스와 Ocean 코스로 두 코스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코스 이름에서 느껴지는대로다. 공략법도 조금씩 달라져야 할 듯.
천연 잔디 연습장이 있고 전홀에 라이트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골프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름철 더위를 피해 퇴근후 야간라운드가 인기가 있을 듯. 해양성 기후로 눈이 내리지 않고 영하로 떨어지는 일도 없다는 동계시즌에는 넘어가는 해를 아쉬워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18홀을 마치고 나올 때는 음치가 명창으로 변해 있었고, 착한 그린피 앞에 박수가 나왔다. 무난한 골프장, 가성비 좋은 곳이다.
뒷 풀이 & 마무리
4동서간의 파안대소. 골프가 아니었으면 이런 웃음과 정겨운 대화가 쉽게 가능할까? 드 비치와 더골프CC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고향집은 늘 빈집으로 남아 있지만 부모님 기일에는 떠들석한 웃음소리가 늦은 밤까지 담을 넘는다. 부모 슬하에서 함께 한 시간 보다 더 많은 세월이 지난 형제들. 산소와 고향집 관리,기일이 형제들을 묶는 매개체였다. 여기에 골프가 더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한다. 골프의 힘이고 매력이다.
"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불어와 흔들리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 싶어도 어버이는 기다려 주시질 못한다 " 어버이 날 카네이션 대신 산소 앞에서 묵념을 드리며 기일행사와 가족 골프 이벤트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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